파워블로거는 어쩌다 파워를 얻게 됐는가

2014. 10. 19. 10:30궁시렁궁시렁

 

어제 살짝 곤란한 경험을 했다.(그냥 약간 거슬렸다) 체험단으로 식사를 하면서 반찬 사진을 찍는데, 바로 옆에 앉은 4명의 무리들이 대놓고 '요즘 블로거들이 어쩌고 저쩌고'그러는 것이다. 원래 뭘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떠들어 대봐야 나는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길텐데, 하필 같이간 동기들이 나랑 맛집 처음 체험하는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이 불편해 할까봐 신경쓰였다. (근데 이건 마치 뚱뚱한 사람 앞에서 저사람 뚱뚱하네라고 모르는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참고로 나는 파워블로거가 아니다.)

 

요즘같이 어뷰징이 판치고 비양심적이고 일명 '거지'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파워블로거들에 대한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순간 필요악이 돼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내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컨대 가격, 음식점 분위기, 반찬, 비주얼 등. 남자친구랑 데이트하기 좋은 곳인지, 너무 정신없는 분위기는 아닌지 나는 그런 정보도 필요하다. 그리고 정말 무슨 블로거들이 '거지'인가? 그들도 짬짬히 시간내서 체험하고 집에가서 최선을 다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들여 포스팅을 한다. '블로거지'는 생각보다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어쩌다가 비교적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파워'를 갖게 된 것일까. 내 생각에는 미디어의 구조 변화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내가 블로그를 개설했던 2005년까지만해도 그곳에서 정보가 나오기 보다는 그저 대형 싸이월드 같은 개인적인 공간이었다. 지금도 블로그의 본질은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개인들이 블로그에 각종 정보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 정보들이 일반 정보 소비자들이 딱 원하는 정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파워가 나오는 곳이다.

 

정보가 신문에서 나오는 시대가 갔다는건 누구나 다 안다. 그리고 유통경로가 바뀌면 유용한 정보 자체도 바뀐다. 요즘 영향력 있는 매체는 SNS기반 매체들이고 이들이 전하는 메세지 자체가 아예 스타일이 다르다. 예컨대 예전에는 신문의 정제된 기사나 칼럼들이 '정보'였다면, 이제는 이런 것들을 큐레이팅 해주는 허핑턴포스트라든지 아니면 버즈피드나 서커 같은 매체들이 영향력있다. 더 자유롭고 저 세세하며 더 살아있다.

 

정보의 흐름이 바뀌면서 정보의 특성도 변하고, 좀 더 정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누군가가 많이 생산해내면서 파워는 블로거로 향한다. 블로거들은 일단 수도 많고 그만큼 다양하다. 이 다양한 것들이 모바일을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기자가 되지 않아도 자신의 의견을 정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이 파워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파워는 궁극적으로 어디로 어떻게 향할까. 네이버 등이 궁극의 검색 기술로 상업적인 포스팅을 99% 걸러낼 것인가, 어뷰징이 한계를 넘어 손 쓸 수 없는 단계까지 갈 것인가, 사람들이 블로그를 아예 신뢰하지 않게될 것인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뉴미디어가 나올까. 전~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