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복판에서 인생 한복판 고민

2014. 7. 22. 18:03궁시렁궁시렁

[광화문 스벅에서]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운이 좋아서, 서울에서 공부하고 서울에서 일하고 서울에서 놀고 있다. 서울에 있어서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리고 있으니 별로 간절히 원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겠지.

 

"진리는 해가뜨는 것과 같다. 언제나 일어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모르는 것이다"

 

내가 치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적같고 행복한 일인지 신경치료 받기 전까지는 모른다. 꼬리뼈를 다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꼬리뼈에 금가고 재채기할때 고통에 힘겨워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이런 식이다. 씹을 수 있고 뼈가 멀쩡한 이 순간이 얼마나 기적같은가.

 

아 너무 나갔나... 어쨌든, 항상 이렇게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이 괜찮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것인지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이런 복합적인 심정인 요즘, 그래도 취준생때를 떠올리면서 즐겁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광화문이라는 핫플레이스에서 일이든 뭐든 지쳐있다가도, 문득문득 그래도 내가 이만큼은 왔구나 하는 생각에 또 즐겁기도 한...그런 질풍노도의 인생을 겪고 있다. 

 

일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고 감격에 겨웠던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요즘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생각해보고 있다. 당장 길을 바꾸고 싶은 것은 아니다. 사회가 무서워서도, 회사가 싫어서도 아니다. 나는 그동안 생각을 전혀 안해본 것들이 있는데 예컨대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 애기도 낳을 것이라는 것, 내가 원한다면 가정주부의 삶도 살 수 있을 것이고 남편을 따라 지역을 옮길 수도 있을것이고 아니면, 내 지역에 남편을 모시고 와야 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이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큰 줄기인데 너무 뒤로 빼놓았던 고민. 어떤 길이든 나는 거기에 맞출 자신이 있다. 다만 이 길은 나에게 어떤 느낌일지, 저 길을 어떤 느낌일지 생각을 못해봤을 뿐.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인가' 이런게 아닌 것 같다. 원하는 일을 하고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일 자체가 아니다. 

 

몸도 마음도 재정비할 시간이다.

 

학생때부터 내가 원한 삶은 뭐였냐 하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다만, 사회에 나온만큼 '그런 삶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 밥벌이'도 포함된다.

 

큰줄기가 중요하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 1분 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싶다. 그리고 결국은 가정도 만들 것이고 그 가정을 잘 지키기 위해서 남편되실분과 잘 협력하면서 살고싶다. 여행을 가든 취미생활을 하든 그건 큰 줄기 다음에 오는 것이다. 남편과 행복한데 여행을 못간들 무슨 불만이겠으며 취미생활할 시간이 부족하면 어떠랴. 큰 줄기는 일단 사람이다.

 

그런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광화문에서의 하루를 슬슬 마무리해본다. 내게도 저런 미래가 올까?